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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태권도와 ITF 분석 (정치성, 기술체계, 역사)

by 구슬부자2 2025.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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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는 대한민국의 국기(國技)이자 세계적인 무예로 자리 잡았지만, 그 이면에는 남한의 세계태권도연맹(WT)과 북한 중심의 국제태권도연맹(ITF)이라는 두 체계가 존재합니다. 이 글에서는 북한 태권도와 ITF의 역사적 배경, 기술 체계의 차이, 그리고 정치적 상징성에 대해 분석하여 태권도가 단순한 무예를 넘어선 국제 관계 속 의미까지 조명해보겠습니다.

역사: 분단과 함께 갈라진 태권도

태권도는 1955년 대한민국에서 공식 명칭이 정립된 이후, 군부대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었습니다. 그러나 1960년대 말, 태권도의 창시자 중 한 명인 최홍희(Choi Hong Hi) 장군이 박정희 정권과의 갈등 속에서 캐나다로 망명하면서 ITF(International Taekwon-Do Federation)를 창설하게 됩니다. 이후 ITF는 소련, 북한, 동유럽 등 사회주의권 국가를 중심으로 퍼져나갔고, 북한이 적극적으로 이를 받아들이며 북한식 태권도의 기틀이 마련되었습니다. 반면, 대한민국에서는 정부 주도로 1973년 세계태권도연맹(WT)이 출범하고,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기까지 주도적인 국제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이로 인해 태권도는 WT vs ITF라는 두 체계로 나뉘어 각기 다른 철학과 운영 방식을 따르게 되었습니다. 북한은 태권도를 외교 수단 및 민족주의 상징으로 활용하기 시작했으며, 태권도 시범단을 통해 전 세계를 순회하며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문화 외교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체육 활동을 넘어서 국가 정체성과 이념을 드러내는 중요한 매개체가 되었습니다.

기술체계: 품새에서 겨루기까지의 차이

북한 태권도와 ITF의 가장 큰 기술적 특징은 품새와 기술 표기 방식, 그리고 경기 운영 방식에서 나타납니다. WT 태권도가 ‘태극’, ‘고려’ 등의 명칭을 가진 품새를 사용하는 것과 달리, ITF 태권도는 ‘춘비’, ‘통일’, ‘화랑’ 등 역사적·민족적 상징성이 강한 품새 명칭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ITF의 품새는 손기술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발차기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입니다. 동작도 실제 전투를 상정한 듯한 동작 구성으로 되어 있어, 실전성과 전통무술적 성격이 더욱 강조됩니다. 반면 WT 품새는 미학적 요소와 균형, 리듬을 강조하며 스포츠로서의 완성도를 추구합니다. 또한, 겨루기 방식도 다릅니다. WT는 전자호구를 사용하여 점수를 계량화하고, 발차기 중심의 기술을 유도하는 반면, ITF는 안면 타격을 허용하며 손기술과 발기술의 균형 있는 사용을 지향합니다. 이는 경기의 박진감과 실전 감각을 높이지만, 안전성 측면에서는 더 높은 리스크를 수반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ITF 태권도는 여전히 전통 무술의 틀을 유지하는 반면, WT는 현대 스포츠에 적합한 규칙과 운영 체계를 지닌 글로벌 경기 무도로 진화해 왔습니다.

정치성: 문화외교 수단으로서의 ITF

북한은 ITF 태권도를 단지 스포츠로만 활용하지 않습니다. 북한의 태권도는 정권 홍보, 체제 선전, 외교 전략의 도구로서도 기능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ITF 태권도 시범단의 해외 순회 공연이 있으며, 이를 통해 북한의 이미지 개선 및 우호적인 외교 관계 형성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2018년 남북 태권도 합동 시범공연은 WT와 ITF의 역사적인 교류의 장이었으며, 이를 통해 체제와 이념을 초월한 ‘한민족 무도’의 가치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때 북한 시범단은 ITF 방식의 시연을 선보이며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태권도가 단절된 남북 관계를 연결하는 상징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북한은 국제 스포츠 외교 무대에서 ITF 태권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각국의 수련자를 통해 우호국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구사합니다. 특히 아프리카와 동유럽 국가들에서는 북한의 태권도 시스템이 적극 수용되었고, 이는 정치적 영향력 확대에도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습니다. 한편, 대한민국 정부와 세계태권도연맹은 WT 중심의 태권도 보급에 주력하며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등 메이저 이벤트를 통해 태권도의 평화적 가치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태권도는 남북 간 이념의 차이를 반영한 문화적 상징이자, 외교적 수단으로서 중대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북한의 ITF 태권도는 단지 기술 체계의 차이에 그치지 않고, 정치성과 외교적 의미까지 내포하고 있습니다. WT와 ITF는 서로 다른 역사와 철학을 가졌지만, 태권도라는 뿌리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두 체계가 협력과 교류를 통해 갈등보다 공존과 통합의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태권도는 단지 스포츠를 넘어 한민족의 평화와 세계와의 연결고리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이야말로 태권도의 본질을 재조명할 때입니다.